가만히 생각해보면..

100% 나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수백명의 선배사원이 모인 대 강당에서, 처음 신입사원으로 인사드렸을 그 무렵..

나는 유난히 떨렸고, 또 유난히 떨렸다. 

"나가거든 단디해서 우리 팀 신입사원의 패기를 보여주고 와라, 가서 충성하고 각잡힌 신입사원을 보여주라!"

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선배사원 말은 나를 더욱 긴장시켰다.


무대 앞..자기소개 차례가 돌아왔고 나는 당황했다.

내가 무슨말을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입에서 하는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심지어 정해진 파트와 업무도 까먹고 버벅거리며 말하지 못했다.


그 날 나는 내 팀장님과 파트장님 그리고 팀 내 선배님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았고,

그렇게 띨띨한 신입사원으로 낙인 찍히며, 회사생활이 끝날 줄만 알았다.


플랫폼 개발이라는 업무에서 비 전공자였던 나는 빨리 역량을 쌓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신입사원 역량 강화 교육을 가고 싶었지만, 그마져도 동기중에서도 늦게 입사했다는 이유로

현업배치 후 3개월이나 기다려야 했다.


실력이 없으니 자신감이 떨어졌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 무서웠다.

적게는 8살부터 많게는 10살도 넘게 차이나는 파트에서

나는 말도 잘 못하고, 사교성도 떨어지고, 띨띨하고, 코딩도 못하는 어리버리한 신입사원이었을 것이다.

부정할 것 없이 그 무렵 그게 객관적인 나였다.


어찌보면 최악의 회사생활로

일도, 사람 관계도 많은 것들이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큰 상처로 남을거라 생각했던 이 시간이 나는 이상하리 만큼 참 고맙다.


업무 능력이 더 절실 했기에 낙오하지 않기위해 노력했고,

관계가 어려웠기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려 노력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게 무서워 대본을 만들어 외웠고, 

좋아하지 않았던 운동도 취미로 만들었다.

야근하며 일 하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고,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힐링도 하나둘씩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힘들었던 그 무렵 그 때를 생각하면

비록 아팠지만, 아프지 않기 위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또 아픔 뒤에는 성숙과 교훈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으로 기억되는것 같다.


힘든 당신에게 무슨말이 위로가 되겠냐만은.. 

긍정적인 관점으로 지금 힘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당신이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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